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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원 김홍도 콘텐츠

행려풍속도(行旅風俗圖)

  • 작성일2013-09-04
  • 작성자단원미술관
  • 조회수319

강세황은 「단원기우일본(檀園記又一本)」에서 김홍도가 조선 400년 만에 파천황(破天荒)적 솜씨라 극찬하고 풍속에 크게 뛰어남을 언급하며 구체적으로 그가 즐겨 그린 길거리ㆍ나룻터ㆍ가게ㆍ놀이등 구체적인 내용까지 밝히고 있다. 이는 강세황 자신의 풍속화에 대한 관심을 나타내는 것이기도 한데, 김홍도가 풍속화에만 뛰어난 것이 아님을 이에 앞서 「단원기(檀園記)」에서 고금의 화가들이 한 가지만을 잘하고 여러 가지를 다 잘 하지는 못하나 김홍도만은 모든 분야에 능함(妙品)을 천명하고 있다. 일반에게 잘 알려지기는 《단원풍속도첩》이나, 화면에 제작연도 및 강세황의 화평 그리고 한 세트를 이루고 있는 점 등에서 회화사적 의의가 자못 큰 그림이 바로 <행려풍속도>이다. 김홍도가 34세 때, 강희언(姜熙彦, 1738~1782년경)의 집 담졸헌(澹拙軒)에서 그린 것으로, 바로 이 해에 《서원아집도(西園雅集圖)》등을 남기는 등 활동이 두드러진 시기였다. 낱장씩 전해온 것으로 최근 병풍으로 하였는데 순서는 이견(異見)이 있을 수 있겠다. 매 폭마다 강세황이 그림의 내용을 간파한 화평이 있어 감상에 도움을 준다. <취중송사(醉中訟事)>는 <평생도>에서도 엿볼 수 있는 구도이며, 대장간ㆍ타작ㆍ노상과안 등 《풍속도첩》등에서도 찾아볼 수 있는 내용들이다. 아울러 이 그림에 등장된 소재들은 여러 풍속화 병풍에 있어 견본격적인 내용이다. 가볍게 넘길 수 있는 일상사를 따뜻한 시각으로 서정적으로 묘사하고 있는 점에서 김홍도의 천재성이 빛난다 하겠다. 각 화면에 실린 화평은 아래와 같다. 물품을 공급하는 이들이 각기 자기 물건을 들고 가마의 앞뒤에 있으니 태수의 행색은 초라하지 않다. 시골사람이 나서서 진정을 올리고 형리가 판결문을 쓰는데 술 취한 가운데 부르고 쓰는데 오판이나 없을런지. 논에서 해오라기 날고 높은 버드나무에 시원한 바람불고 풀무간에서 쇠를 두드리고 나그네는 밥을 사먹는데 시골주막의 쓸쓸한 관경이나 오히려 한가로운 맛이 드네. 백사장 머리에 나귀를 세워 놓고 사공을 부르네, 나그네 두세 사람 같이 서서 기다리는 강가의 풍경이 눈앞에 완연하다. 밤게.새우.소금으로 광주리와 항아리에 그득 채워 포구에서 새벽에 출발한다. 해오라기 놀라서 날고 한 번 펼쳐보니 비린내가 코를 찌르는 듯하다. 다리 아래 물새는 당나귀 발굽소리에 놀라고 당나귀는 날으는 물새에 놀라네. 사람은 당나귀가 놀라는 것을 보고 놀라는 모양을 나타낸 것이 입신의 경지에 들어갔다. 벼타작 소리 들리는데 탁주는 항아리에 그득, 수확을 지켜보는 이 또한 재미있어 보이네. 소 등에 올라탄 시골 노파를 나그네가 말고삐를 느슨히 하고 응시하는가. 순간적인 광경이 웃음을 자아내네. 헤진 안장에 여윈 나귀 행색이 심히 초라해 보이네, 무슨 흥취가 있어서 머리를 돌려 목화 따는 시골 아낙네에게 머리를 돌려 바라보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