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0 전문예술창작지원사업 쇼케이스 심사평

 먼저 2020 전문예술창작지원사업 쇼케이스의 소회부터 짧게 언급하자. 처음

엔 의자에 기대듯 앉아 쇼케이스를 관람하던 위원은 나중에 몸을 수그리고

자세를 고쳐 앉아 있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었다. 그만큼 토리스와 아픽,

세렌디피티, 극단 송곳의 4개 단체는 각각의 개성이 묻어나는 작품을 선보

였다. 차례대로 전통과 아카펠라의 융합, 드라마와 음악, 춤의 결합, 마리

오네트를 이용한 서커스, 그리고 정극의 성격이 강한 연극까지, 4단체가 추

구하는 방향성이 각기 달라 흥미롭게 쇼케이스를 지켜볼 수 있었다. 비록

30분이 채 되지 않는 짧은 쇼케이스지만, 그 시간을 위해 들은 시간과 노

력을 짐작할 수 있었다. 그렇기에 우열을 가리는 일이 그리 편하지는 않았

다. 그럼에도.

 결론부터 말하자면 3명의 심사위원은 4편의 작품 중 최종적으로 극단 송곳

의 <도비왈라>를 선정했다. 앞서 언급했듯 <도비왈라>는 안무가 삽입되기는

했으나 기본적으로 정극의 성격이 짙은 작품이었다. 인도 갠지스강 유역에

서 세탁으로 생계를 유지하는 사람들을 주인공으로 한 이 작품은 세탁기의

도입을 둘러싸고 일어나는 갈등을 그리는데, 쇼케이스에서는 바로 이전 단

계까지 보였고, 이로 인해 후반부 전개에 대한 기대감이 고조될 수밖에 없

었다. 다만 인도라는 물리적 거리와 세탁기의 도입이라는 시간적 거리가 주

는 거리감이 당대 한국의 관객들이 공감하기에 다소 무리가 있지 않겠느냐

는 우려가 들기는 했지만, 그것이 이 작품의 흠은 아니다. 부디 남은 시간,

그 부분에 대한 고민이 시간을 가지길 바란다.

 다른 작품에 대해서 짧게 단평을 보태자면, 토리스의 아카펠라 소리극 <숙

영낭자전>은 우리의 (판)소리에 아카펠라 형식을 접목한 작품으로 형식적인

재미를 주었다. 이러한 형식적 재미가 이미 잘 알려진 서사를 끌고 가는 동

력으로 어느 정도, 언제까지 작용할 수 있을까에 대한 논의가 있었다. 아픽

의 <마음을 고쳐드립니다. 주식회사>는 음악, 무용 등 다양한 장르를 결합

한, 어린아이부터 성인까지 전 연령대를 대상으로 한 품이 넓은 공연이다.

퍼포머 각자는 다양한 퍼포먼스를 선보였는데, 자신의 전공이 아닌 기술 등

을 섭렵하기 위해 노력이 엿보였다. 다만 넓이를 추구할 때 흩어지기 쉬운

밀도감을 채우는 게 관건으로 느껴졌다. 마지막으로 세렌디피트의 <세렌디

피티의 서커스>는 마리오네트를 통해 한편의 서커스를 완성하는 공연으로,

퍼핏티어 각각의 기량을 훌륭해 보였다. 다만 이러한 능력이 드라마와 접목

되지 못하고 병렬적으로 구성되어 있어, 50분의 공연으로 확장되었을 경우

관객의 집중도를 유지할 수 있을까 의문이 들었다. 그럼에도.

 4단체 모두 지금의 작업을 지속적으로 보완해 하나의 작품으로 완성한다면,

안산은 물론 서울, 나아가 전국 권역에서 공연될 가능성을 충분히 엿볼 수

있었다. 이번 지원사업에 선정되지 않았다 하여 방치하는 일 없이, 본공연

의 규모에 맞게 확장하고 심화시켜 본 공연으로 만날 수 있기를 희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