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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고사항

공고

[공고]2019 제5회 ASAC창작희곡공모 심사 결과 안내

  • 작성일2019-12-12
  • 작성자공연기획부
  • 조회수5166

안산문화재단 2019-122호

 

 

2019 제5회 ASAC창작희곡공모 심사 결과 안내

 

 

■ 가작 선정

- 선정작 : <어느 아파트> (작_홍석진)

 

■ 심사평

공모가 가진 이중 과제라고 할 수 있는 안산 지역에 최적화된 소재와 주제를 찾는 것과 안산을 넘어서는 보편성 있는 이야기 가치를 동시에 갖춘 작품을 고르는 일은 언제나 어렵다.

여기에 보태 ‘세월호 이후’의 상처를 회피하지 않으면서도, 윤리적 의무 차원을 넘어서는 이야기를 찾는 것 또한 조심스럽고 귀하다.

안산을 두고 작가들이 주목한 키워드는 가족 문제, 서민의 삶의 애환, 사회 부조리를 들여다 보는 출발지로 설정한 청소년의 위기상황, 외국인 노동자 또는 이주민의 신산한 삶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속에 싹트는 인정, 원곡동 풍경으로 대표되는 독특한 문화와 깃들어 사는 인물들의 삶의 재현인 것 같다.

또 다른 소재 범주로는 안산의 바다를 면한 지형을 의식한 공간 설정, 역사적 연관성 또는 기록에 근거한 팩션(fact+fiction) 스토리 등이 있다. 올해에는 특히 안산의 옛 지명 ‘연성’의 의미에 주목한 작품이 많았다.

 

심사는 3주에 걸쳐 3인의 심사위원이 참여해 지원자 무기명심의(블라인드 방식)로 각자 읽고, 후보작을 추천한 뒤 만나 논의하는 것으로 이뤄졌다.

총 응모작 48편 가운데 최종 논의 대상으로 삼고자 하는 작품들을 선정한 기준은 다음과 같다. 이야기에 진전감이 있어 가독성을 갖췄거나 희곡의 대화적 생동감을 비교적 잘 담아내고 있는 작품, 캐릭터와 플롯이 잡히고 여기에 극을 관통하는 무대 이미지까지 발견할 수 있는 경우 등으로 일단 좁혀보았다. 본심에 오른 작품은 다음과 같다.

 

<율도국>: 연산군 폐위 사건을 중심에 두고 홍길동전을 전복해서 새로이 쓰고자 한 발상이 새롭다. 율도국에서 조차 신분차별을 공고히 하여 착취하는 위정자에 그침으로써, 백성에게 쫓겨 돌아와 제2의 율도국을 세우려 재차 출항하는 홍길동을 그린 것은 의미심장하다. 그러나 호환으로 인한 백정의 안산 지역 유입 구도에서 그 의도가 앞설 뿐, 이야기 진전이나 주제에 별로 기여하지는 못하는 면이 있다. 무엇보다 유토피아를 향한 정치적 상상력을 단순 구도 안에서 냉소하면서 비관적 허무주의에 머문 결말은 새로운 서사와 이야기 가치를 만들어 내지를 못한다.

 

<나이스미츄, 아빠>: 무인모텔을 배경으로 코피노 아들의 아비 찾기와 아비가 부재한 채 사랑이 결핍된 유년기를 보낸 여자 장미의 상처가 운명공동체로 얽혀든다. 장미와 코피노의 절박한 사랑이 용서와 구원에 대한 일말의 희망을 품는다. 장면을 구성하는 정서가 다소 소극장 연극의 익숙한 문법을 연상시킨다는 점이 가장 아쉽다. 그리고 안산이라는 지역 이미지가 4회 당선작 <텍사스 고모>에 이어서 이주민 또는 외국인 노동자의 신산한 삶의 장소로만 (이미지 반복) 제한되는 점이 염려된다.

 

<정화>: 아이가 살해당하는 현장을 목격한 부모, 그 아이를 살해한 발달장애아의 어머니가 갖게 된 끔찍한 감정과 내면의 고통을 강렬하게 그려낸다. 어떤 노력에도 극복하지 못하는 절망스런 기억을 가진 피해 아동의 부모와 어떤 방식의 참회로도 용서받지 못하는 가해자 어머니와의 감정 충돌이 맞서는 장면 또한 인상적이다. 그러나 절망과 혼란 등 핵심 정서의 표현을 중심에 두다 보니 사건의 진전은 멈춘 채 맴돌고, 인물들끼리의 대화조차 각자의 반복적인 독백으로 느껴진다. 참극과 참척을 다루기에 출구가 없는 것이 삶의 진상일지라도 가치 전환, 승화 가능성을 담아내는 것이 ‘이야기’일 것이다. 무엇보다 장애가 가족이 걸머져야 할 천형이라는 귀결에 머문 것이 가장 안타깝다. 각 인물들의 고통에 주목한 데서 한 걸음 나아가 인물들이 꿈과 환상의 영역에서라도 최소한 흔들리거나 삶과 상처에 대한 다른 해석, 다른 감정들을 가졌으면 좋겠다. 작가가 의도한 바는 전혀 아니지만 자칫 장애에 대한 편견을 재현하거나 굳힐 만큼 객관화 없는 비극을 내내 목도해야 하는 관객의 부담을 생각해주기 바란다. 절규하는 방식에 그치지 않는 다른 말하기 방식 역시 고민해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동주재사락>: 김홍도의 ‘도이샤이샤라쿠’ 시절, 곧 조선 첩보원으로 도일(渡日)해서 ‘우키요에’ 유명화가로 지냈다는 일설을 소재로 한 팩션스토리다. 정조암살설과 당쟁 갈등, 심환지와 오간 밀찰 등을 중심 사건의 배후로 두고 사건의 긴박감과 개연성을 부여해간다. 자료에 기반해 펼친 성실한 전개에는 호감이 가지만 영상적인 구성과 묘사에 치우친 지문 남발, 김홍도 혹은 그 시대에 대한 새로운 시선을 구축하는 데는 이르지 못했다.

 

<착해빠져선>: 이 작품은 갑자기 청소년이 사라지면서 주변 인물들이 겪게 되는 갈등을 그린다. 학교라는 공간/제도, 친구, 교사, 교사와 학생, 부모 등 각 인물들의 갈등만이 아니라 사라진 아이와 인물들의 관계와 인물들의 반추가 전개된다. 함축적인 대사와 사건 없는 반복적인 장면 전개에도 불구하고 실종 또는 부재하는 존재라는 구축하기 힘든 긴장을 만들어가는 솜씨가 세련되다. 그러나 주제를 뉘앙스로 다루는 데 그치고 있는 점, 플롯상의 밀도가 단막극에 가깝다는 점, 주인공의 감정과 입장이 죄책감으로 고정되어 있어 극의 진전감을 만들어내지 못한 채 내면 갈등과 성찰적 시선에만 머물러 있다는 점이 아쉽다.

 

<어느 아파트>: 10개의 에피소드로 (안산지역이래도 좋을) 아파트에 사는 평범한 이들의 일상을 그려낸다. n포세대의 무리한 집 장만, 혼삶과 친구들을 초대한 하루, 방문과외 외부자로 인한 가정의 흔들림, 십대의 썸타기, 제사와 혼사를 두고 벌어지는 가족 갈등과 종교 갈등, 맞벌이 부부의 육아 문제 등 우리 일상 속 있을법한 삶의 풍경과 파편을 모자이크 하듯 그려놓았다. 여기에 이사 짐을 푸는 가족 삽화와 노(老)자매가 회한을 나누는 에피소드를 통해 ‘세월호’ 상처를 슬며시 끼워놓았다.

살인, 주검, 폭력 등 극단적인 설정을 통해 사건이 일어나는 곳으로 안산을 다룬 타 작품들과 비교할 때 일상성을 부여하려 한 작가의 관점이 읽는 이의 호감을 샀다. 현대극의 한 경향성이라고 볼 수 있는 액션을 담아내기보다는 ‘상태’를 그려내는 방식을 취한 점도 달랐다. 그래서인지 하나의 에피소드 조각이 이어져 조각보의 전체상을 가리키거나 딱히 분명한 잔상을 만들어내지는 못한다. 삽화간 연결이 극의 형식이나 미학을 만들어내지 못한 채 (의도한 바이긴 하나) 나열된다는 점 때문에 당선작으로 선뜻 밀지는 못했다. 이 작품에 담긴 형식을 새로움으로 보자니 기성 번역 소설을 떠올린다는 점에서도 역부족이다.

그러나 무대화 과정에서 어떤 연출적인 시도가 생성될지, 배우들의 참여로 다른 리얼리티가 부여될 수 있을 가능성에 대한 기대, 배우조합의 연산과 연기 비즈니스상의 변주를 해볼 만 한 여지 등을 고려해 이 작품을 가작으로 밀어 올린다.


심사위원 일동 (김소연, 장성희, 정인석)

 

가작 선정을 진심으로 축하드리며, 지원해주시고 관심 가져주신 모든 분들에게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