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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

[공연][중앙일보 리뷰] 연극 _극적인하룻밤 - 실연남 실연녀의 패자부활전

  • 작성일2010-11-09
  • 작성자왕우리
  • 조회수3452
10여 년 전, "패자부활전"이란 영화가 있었다. 장동건·김희선이 주연한 영화로, 각자 애인에게 차인 둘이 의기투합해 복수를 하기도 하고 서로 아픈 마음을 위로해주다 눈이 맞는다는, 조금은 식상하면서도 낭만적인 영화였다.(장동건·김희선이 차인다는, 이런 비현실적인 설정이란!)

연극 "극적인 하룻밤"(사진)도 출발은 비슷하다. 서른 살의 정훈(민준호)과 스물여섯 살의 시후(손수정)는 결혼식 피로연장에서 우연히 만난다. 둘 다 자신의 애인이 결혼을 한다는 사실에 억장이 무너지는 것 같다. 그런데 강도가 세다. 여자 시후는 처음 본 정훈에게 다짜고짜 말한다. "우리, 술 한잔하고 같이 잘래요?"

남자는 손사래를 친다. 무슨 꿍꿍이가 있는 게 아닌가 싶어 의심한다. 그래도 끈질기게 따라붙는 여자의 협박 반, 구걸 반에 못 이겨 "에라 모르겠다"란 심정으로 술을 마시고, 진짜 잔다. 근데 웬걸. 새벽이 되자 여자는 수면제를 꺼내 자살을 기도한다.

남자는 질겁한다. 어르고 달래고 내쫓고 안아주고 난리를 친다. 그러면서 둘의 관계는 묘하게 이어진다. 어찌 보면 헛헛한 마음을 채우고자 그저 몸을 탐닉하는 것 같기만 하고, 달리 보면 진짜 연인 같기도 하다. 리얼하기 그지 없는 두 사람의 적나라한 대사와 몸짓을 보고 있자면 마치 남녀가 같이 있는 방에 설치해 놓은 "몰래카메라"를 엿보는 기분이다. 요즘 인기 있는 "남녀탐구생활-섹스파트너편" 정도로 봐도 무방하다.

작품은 재미있고 빠르다. 배우는 단 두 명만 나오지만 둘이 뿜어내는 에너지에 무대는 꽉 찬다. "야! 애인 사이가 동사무소에 가서 증명해 주세요 하면 증명서 떼 주는 그런 관계냐? 배신 좋아하네…, 쉽게 그럴 수 있어"라는 대사를 들을 땐 씁쓸하면서도 고개가 끄떡여진다.

작품을 쓴 작가(황윤정)는 여자이건만 남자들의 이중성을 콕콕 찍어낼 때면 괜스레 속내를 들킨 것 마냥 뜨끔하다. 작가는 이 작품으로 지난해 한국일보 신춘문예 희곡상을 받았다. 가벼운 일상에서 결코 만만치 않은 삶의 흔적들을 잡아 채는 촉수가 예리하다. 다소 황망하게 마무리 짓는 해피 엔딩만 빼면.

============================ 관람의 이해를 돕기 위해 검색한, 중앙일보 최민우 기자님의 리뷰 입니다. 안산문화예술의전당에서는 11.19-20 일 공연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