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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람후기

공연

[공연]영웅 관람 후기

  • 작성일2011-01-30
  • 작성자진다은
  • 조회수3168

영웅 후기

29일 토요일

첫 뮤지컬이라는 설렘 반, 기대 반으로 들어선 공연장은 명성만큼이나 컸습니다.
들떠서 30분 전부터 입장했는데도 어쩜 그렇게 시간은 빨리 가는지... 자리에 앉은지 얼마 채 되지 않아 총성과 함께 시작된 뮤지컬은 정말 환상적이었습니다.

처음 나무들 사이에서 독립운동가들이 의지를 다지는 장면으로 시작된 영웅은 의병군들과 일본군들의 쫒고 쫒기는 장면에서의 멋있던 군무와 새롭던 게이샤들의 모습, 명성황후를 그리며 슬퍼하던 설희의 모습, 왕웨이와 링링의 희생과 링링과 유동하의 풋풋한 짝사랑, 마지막으로 안중근 의사가 사형을 당하기까지의 모습까지 뭐 하나 빠짐없이 정말 깨알같이 감동적이고 재미있었습니다.
오래전부터 풍류를 즐겨왔던 우리나라의 특성에 맞게 긴장되던 순간까지 기차를 기다리는 자리에서 아리랑을 부르며 웃음으로 긴장을 풀던 독립운동가 두 사람의 모습은 유쾌했고, 법정에서 누가 죄인인가를 부르던 모습은 무대가 끝나고도 노래가 귀에서 계속 떠나가지 않을 정도로 인상깊고 감동적이었습니다.
정말 제겐 선망의 대상인 멋있는 배우분들의 카리스마와 탄탄한 연기력, 묵직하던 목소리와 노래도 눈가가 시큰해질 만큼 큰 감동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영웅을 보고 나서는 자연스레 평소 당연시 여기던 독립운동가의 희생에 대해 다시끔 생각해 볼 수 있었습니다. 내 목숨 똑같이 중요한 사람들이 자신의 목숨을 바치면서까지 나라를 위해 힘쓰는게 얼마나 용기가 필요한 일인지, 왼손 네 번째 손가락을 잘라내며 의지를 다지던 이 사람들이 얼마나 대단한 사람인지, 지금 우리나라가 있기까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희생이 따랐었는지를 떠올리자 감동을 받지 않을 수가 없었습니다.
또 그 동안 역사에 대해 얼마나 무지하고 무심했었는지 반성도 하게 되었습니다.
같은 또래던 링링과 유동하의 모습을 보고는 내가 저 시대에 있었다면 저럴 수 있었을까 하는 의문도 가질 수 있었습니다.

영웅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던건 슈퍼맨, 베트맨, 스파이더맨 같은 초능력을 지닌 자들이 정의롭게 악당을 물리치던 모습이었습니다. 그래서인지 뮤지컬을 보기 전에는 영웅이라는 제목이 평소 생각하던 영웅의 이미지와는 조금 다르던 안중근 의사와는 그리 어울리는 제목은 아니라는 생각도 들었었습니다. 하지만 영웅을 보고 나서는 역사책이나 교과서에서만 만나던 진부하고 재미없던 안중근 의사가 단순히 이토를 살해한 독립운동가가 아닌, 동양 평화론을 주장하고 목숨을 내놓으면서까지 자신의 신념을 굽히지 않았던 얼마나 멋있고 화려한 영웅이었는지도 깨닫게 되었습니다.

뮤지컬 영웅을 보고 나서 제일 인상깊었던건 항상 악으로만 느껴지던 일본의 권력가 이토 히로부미의 인간적인 모습이었습니다. 안중근 의사가 우리나라를 위해 싸웠다면 똑같이 이토 히로부미도 자신의 나라를 위해 싸운 애국자라는걸 그동안은 미쳐 생각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자신의 나라에 대해 쓸쓸히 고뇌하던 이토 히로부미의 모습과 운명처럼 두 애국자들이 싸워야했던 사실이 새롭기도 했고 한편으로는 가슴이 아프게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극장에 들어서기 전에는 포스터에를 무심히 봤던 제가 뮤지컬이 끝나자 그제서야 포스터에 찍힌 짧은 왼손 네 번째 손가락을 볼 수 있었습니다. 그 손가락 하나에도 얼마나 많은 의미들이 부여되어 있는지 정말 마지막 하나까지 영웅은 제게 큰 감동이었습니다.

영웅은 이렇게 의미있고 흥미롭고 인상깊던 장면 하나하나 잊지 못할 참 소중한 공연이었습니다. 앞으로도 뮤지컬을 볼 기회는 또 오겠지만 정말 이런 감동적인 뮤지컬을 보기는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