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 |
[공연]서커스의 한계를 뛰어넘다, 서르카 관람후기(한국디지털미디어고등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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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커스 하면 갖가지 기예와 색깔로 가득한 화려한 무대가 떠오른다. 우리의 일반적인 서커스는 언제나 재미있는 장면 뿐이었다. 학교에서 단체관람으로 서커스를 본다고 했을 때도 그냥 그런 서커스겠거니 할 정도였다. 그런데 이번 서커스는 첫 등장부터 예사롭지 않았다. 약간은 오싹하다 싶을 정도의 음악과 함께 등장한 배우들은 단조로웠다. 전체적인 무대도 화려하지 않았고, 어두운 무대에 한줄기 불빛으로 모든걸 대신하였다. 의상 또한 살색의 타이트한 무용복과 빨간 천을 덧댄 긴 치마, 하이힐 그리고 순록 뿔이 전부였다. 이렇게 단조로움에도 불구하고 서르카의 녹턴은 마치 한편의 그림을 보는 것 같았다. 계속해서 흘러나오는 클래식과 pop음악에 맞춘 배우들의 움직임은 눈으로 음악을 본다는 느낌을 주었다. 그렇다고 기예가 부족한 것도 아니었다. 실수조차도 의도적인 연기로 보이게 하는 훌륭한 실력으로 보는사람의 입이 떡 벌어지게 만드는 기예가 계속해서 펼쳐졌다. 서르카의 '녹턴'은 단순한 서커스가 아니라 계속 생각을 하게 해준 서커스였다. 학생이 보기에 조금 난해함이 있다고는 하지만 난해함이 있었기에 더 많은 생각이 가능했다. 배우들의 표정연기와 몸짓 하나하나에 뇌가 반응하는 느낌이었다. 소리를 내어 환호하기조차도 어려웠던 이 정적인 서커스가 끝난 후 내가 느낀 감정만큼의 호응을 해주지 못했던 것 같아 미안할 정도였다. 극장에서 나와서 친구들끼리 그저 "와, 대박! 멋있다! 장난아니다, 재밌다!" 가 아닌 자신의 감상평을 늘어놓을 수 있는 좋은 서커스였다. 서커스를 보는 내내 그림을 그리고 싶었다는 친구, 영상도 만들고 싶었다는 친구, 글을 쓰고 싶었다는 친구 등 누군가에게 영감을 주는 무대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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