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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람후기

공연

[공연]녹턴 관람 후기

  • 작성일2011-10-23
  • 작성자조현욱
  • 조회수3306
적어도 팸플릿에 나온 말은 참말이었습니다. 살면서 두 번 가 본 서커스에서 받았던 이미지들이 이 공연 때문에 완전히 사라졌기 때문입니다. 그 때문에 사물을 한 쪽으로만 보려던 성격을 다시 한 번 성찰하게 되었습니다. 그런 점에서는 이 공연이 저에게 매우 큰 깨달음을 주어서 고마움을 느꼈습니다.

각설하고, 공연 자체는 매우 높은 수준이었습니다. 학교에서 준 유인물 자료를 나름 찬찬히 읽고 공연을 즐길 준비를 끝냈다고 생각했던 저의 오만함을 여지없이 깨버릴 정도로 높은 함축성을 보였기 때문입니다. 새삼 클래식을 취미로 가지지 못한 점을 후회하게 만들 정도로 공연 가운데 꽤나 자주 울려오는 클래식과, 이를 절묘하게 이어가는 배우의 움직임이 '잘 어우러진다.' 또는 '아름답다.' 라는 느낌은 나게 했지만, '즐겁다.'라는 느낌은 전혀 받지 못했습니다. 위에서 말했듯이, 저는 아무리 예술적이라도 사람들이 흔히 떠올리는 '통념적인' 서커스를 기대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공중그네로 하늘을 날아다는 장면이나 외발자전거로 저글링리나 접시돌리기를 하는 장면, 떨어질 듯 떨어질 듯 하면서도 익살스레 줄을 타는 광대의 모습을 기대한 것이 어리석었던 것은 인정하지만, '그래도 서커스인데, 아무리 다르다고는 해도 지금껏 해왔던 서커스와 그렇게 다르겠어?' 라는 생각을 무참하게 짓밟아버린 난해한 율동, 전기성이 보이지 않는 전개, 엉뚱한 싸움 장면까지 지켜보면서 저는 당혹스러울 수밖에 없었습니다. 학교 자료에 이 동작을 설명해주는 글을 찾지 못한 것이 그렇게 아쉬울 수 없었던 순간이었습니다. 심지어 다 본 뒤에 설명글이라던가 다른 이의 감상평이나 공연에 쓰인 곡까지 찾아보았지만, 그 어디에도 찾을 수 없어서 답답함만 커졌습니다.

배우들의 유연한 몸으로 만들어내는 인간의 곡선미, 소품을 활용한 위태로우면서도 아름다운 곡예, 사슴으로 분장(그래봐야 사슴 뿔이 달린 모자를 쓰고 있을 뿐이지만)하여 동물을 이용한 기예까지 연기했다고 생각해본다면 서커스의 '사전적' 의미는 잘 보여주었습니다만, 서커스의 익살스러움, 기괴함, 신비감이라는 일반적으로 알려진 서커스의 특성은 찾아볼 수 없어 아쉬웠습니다. 설명을 대충이라도 해주었으면 좋았을 뻔했는데 말입니다.

그저 '문화를 향유하려면 고정 관념을 버리고 상상력을 최대한 살려야 한다.' 와 '문화를 향유하려면 그 밑바탕부터 공부하고 와라.' 라는 교훈 두 가지를 얻은 것이 위안이라면 위안이 되겠습니다. 앞으로 책을 좀 더 많이 읽고, 클래식도 좀 더 들을 기회를 많이 만들어서 이런 수준 높은 공연을 즐길 수 있는 높은 안목을 기르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