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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

[공연]임동혁x스티븐 린 슈베르트 판타지 공연후기

  • 작성일2015-06-21
  • 작성자윤유진
  • 조회수2106
클래식에 조예가 없는 나에게도 '임동혁'이라는 이름은 낯설지가 않았다. 시내에서 공연 포스터를 보자마자 피아노가 취미인 동생이 떠올랐다. "너 임동혁 알아? 안산에서 공연한다는데" "보자" "그래" 그렇게 '임동혁'이라는 이름만 보고 엄마과 동생을 데리고 공연장을 찾았다. 엄마는 클래식 공연을 한 번도 보신 적이 없으셔서 지루해 하실까봐 솔직히 걱정이 됐다. 염려를 뒤로 하고 공연이 시작됐다. 첫 곡은 슈베르트의 곡이었다. 아름답고 부드러운 선율이 공연장을 가득 채웠다. 마음이 편안해져서 눈을 감고 들었다. 모험심 강한 장난꾸러기 강아지, 서툰 발걸음으로 세상을 탐험하는 아이의 이미지가 그려졌다. 조그맣고 신기한 것들을 자꾸 만나게 되는 작은 모험같은 곡이었다. 넘어질 때도 있지만 위험하진 않은 모험이다. 기분 좋고 편안한 느낌. 불면증에 시달릴 때 들으면 참 좋을 것 같다. 두 번째 곡은 모차르트의 곡이었다. 분위기가 반전됐다! 앞서거니 뒤서거니 두 대의 피아노가 과격하게 대결을 펼쳤다. 대결하다가도 어느새 친밀하게 앙상블을 꾸미고 있는가 하면 그러다 다시 대결로, 앙상블로 이어졌다. 멀어졌다가 가까워졌다가, 혼자였다가 둘이었다가, 두 대의 피아노가 요즘 말로 “썸”을 타고 있었다. 그냥 썸을 넘어서 싸웠다 화해했다를 반복하는 과격한 커플의 연애를 바라보는 느낌이었다. 와.. 재밌다! 이랬다 저랬다 변덕이 끓어넘치는 선율로도 어색하지 않게 곡을 이끌어나가는 두 연주자도, 그리고 곡을 만든 모차르트도 정말 대단한 사람이구나. 감탄이 터져나오는 연주였다. 임동혁과 스티븐 린이라는 연주자들 덕분에 모차르트를 재발견한 느낌이었다. 이렇게 현대적인 곡을 쓴 사람이 모차르트라니. 그게 사실이라면 모차르트는 정말 천재인 게 분명했다. 클래식의 시대에 이렇게 자유로운 영혼이 느껴지는 곡이라니. 감탄하고 있는 사이에 1부가 끝났다. 40분이 너무 짧게 느껴졌다. “엄마, 어땠어?” “엄청나네.. 피아노를 저렇게 칠수가 있구나” “오길 잘했지?” “어. 너무 멋있다” 쉬는 시간 동안 브로셔를 가져와서, 또 한 명의 연주자의 이름이 스티븐 린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 좌석에서는 얼굴이 잘 안보였는데 브로셔에 들어있는 사진은 둘 다 아주 어려보였다. 저렇게 젊은데 벌써 장인이라고 불려도 어색하지 않을 실력을 가지다니 대단하다. 이렇게 되기까지 얼마나 많은 연습을 했을까? 이런 생각을 하다보니 금새 2부가 시작됐다. 2부를 여는 곡은 라흐마니노프의 곡이었다. 두 연주자는 입장하더니 한 피아노에 나란히 앉아서 피아노를 치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나란히 앉은 자세와 너무 어울리는 연주를 들려주었다. 오랜 길을 어깨동무하고 함께 가는 친구.. 또는 이런 저런 역경을 함께 겪으며 한 방향을 바라보고 걷는 부부처럼 둘의 멜로디가 하나의 호흡으로 어우러지는 곡이었다. 씩씩했다가, 감성적이었다가.. 곡의 분위기는 계속 변해도 변하지 않는 것은 둘이 함께 가고 있다는 느낌이었다. 라흐마니노프가 러시아 사람이라 그런지 동지, 형제애.. 이런 단어들이 떠올랐다. 마지막 곡은 라벨이라는 처음 듣는 사람의 곡이었다. 앞 곡들의 인상이 워낙 강해서 이 곡은 서정적이다 라는 느낌 외에는 앞 곡에 묻혀 기억에서 살짝 지워져버렸다. 이렇게 네 번째 곡을 끝으로, 공연이 끝나고 말았다. 공연시간이 분명 100분이 넘을텐데.. 시간이 너무 빨리 지나가서 놀라웠다. 엄마와 동생도 박수를 치면서 너무 아쉬워했다. 아마 공연장의 모든 사람들이 그랬던 것 같다. 박수 소리는 그치지 않고 오래 계속됐고, 퇴장했던 임동혁과 스티븐 린이 한 번의 앵콜과, 한 번의 인사와, 또 한 번의 앵콜과, 또 한 번의 인사를 한 뒤에도, 객석에 불이 켜질 때까지 박수는 계속해서 터져나왔다. 앵콜곡으로 제목은 모르지만 굉장히 익숙한 곡을 쳤다. (한 곡은 헝가리 무곡이었던 것 같고 한 곡은 모르겠다.) 기존에 듣던 것보다 더 익살스럽고 과장된 연주가 너무 재밌었다. 오랜만에 너무 만족스러운 공연을 보고 우리는 기분 좋게 공연장을 나섰다. 생전 클래식은 듣지 않던 엄마와 나는 클래식이, 그것도 피아노 연주가 이렇게 멋있는지 처음 알았다며 다음에도 또 공연을 보러 오기로 했다. 이번 공연 덕분에 앞으로 모차르트의 곡, 그리고 임동혁의 연주를 더 찾아서 듣게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