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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

[공연]연극 '만주전선'을 관람하고..

  • 작성일2015-09-18
  • 작성자김미숙
  • 조회수1750
연극 ‘만주전선’을 관람하고 제일 먼저 하고픈 얘기는 ‘배우들의 연기’다. 저마다 꿈꾸는 바는 다르나 진짜 일본인처럼 살고 싶었던 조선의 청년 역할을 연기한 배우들의 명연기에 큰 박수를 보낸다. 만주 드림을 꿈꾸면서 조선의 독립을 위해 애쓰는 이들을 떼도적이라 부르고, 철없는 여동생의 창씨개명을 대견하게 여기며, 일본인 상사와의 불륜으로 인해 애써 일군 삶이 한순간에 무너져도 진짜 일본인의 피를 이은 자식이 생기는 걸 자랑스레 여기는 청년들 6명이 모두 주인공이다. 격동의 세월을 살아낸 세 분 할머니와 세 분 할아버지를 이야기하는 손자를 통해 나는 겪어보지 못했던 일제강점기를 자연스럽게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지난달에 보았던 영화 ‘암살’에서 독립군과 일본군을 오가며 밀정노릇을 했던 염석진이 반민특위에 의해 처단될 당시 외쳤던 “몰랐으니까! 해방될 줄 몰랐으니까!”라는 대사가 떠올랐다. 조선 사람이면서 조선을 배신한 염석진이 처단되는 것이 당연하다 여겨지면서도 내가 그의 입장이었더라면, 죽음보다 더한 공포와 폭력 앞에서 과연 조국을 먼저 생각할 수 있을지 답할 수 없다. 사실 연극에 온전히 몰입할 수 없었다. 세뇌가 된 듯, 한 나라의 국민이라면 응당 이러이러해야 한다는 생각이 견고하게 자리 잡혀 그런지 나라를 잃은 설움 한 줄기 간직하지 않은 채 일본인처럼 생각하고 말하고 행동하는 청년들이 너무 불편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무의식적으로 극의 말미에서는, 특히 일본인 상사에게 버림받은 친구를 보고 ‘아, 우리가 헛꿈을 꾸었구나!’하는 식의 후회 내지는 뉘우침을 기대했었나보다. 그러나 세 할머니가 있는 손자를 통해 과거 그들이 얼마나 열심히 잘 살았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듣는 순간 내 생각이 얼마나 다르고 평범한지를 알았다. 이 부분이 가장 큰 충격을 주었다. 실제로 청산되지 못한 과거로 인해 현재 우리 사회가 얼마나 큰 불행을 떠안고 사는지 알고 있는데, 친일했던 그들이 모두 이 손자와 같은 생각을 가지고 있겠구나 싶어서. 또 하나 불편했던 점은 ‘암살’의 염석진처럼, 내가 그 시대를 살았더라면 이 청년들처럼 살았을 수도 있다는 것을 부인할 수 없기 때문이다. 많은 시간이 흘렀음에도 아픈 과거는 여전히 현재에 많은 영향을 끼치고 있고, 한순간 또다시 반복될 수도 있다는 것을 알기에 더 생각이 많아지게 만드는 연극이었다. 마지막으로 이런저런 이유로 인해 불편했던 내 마음 때문에 훌륭한 배우들의 연기에 맘껏 박수쳐주지 못한 것이 정말 미안하다. 딸 가온의 평 > 간드러진 목소리를 가진 가수가 꿈인 배우가 기억에 많이 남는다. 연극이 끝나고도 게이코가 부른 노래를 흥얼흥얼하게 되었다. 가온 아빠의 평 > 예술특강 시간이 참 유익하고 좋았다. 연극을 좋아해서 가족과 함께 연극을 자주 보는데, 앞으로는 극을 관람하면서 더 많은 것들을 이해하고 볼 수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