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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람후기

공연

[공연]연극 '태풍기담'을 관람하고..

  • 작성일2015-10-26
  • 작성자김미숙
  • 조회수1900
셰익스피어 원작 ‘템페스트’의 시대적 배경을 일제강점기로 하고, 한일 양국의 원한과 새로운 땅에서 빚어지는 갈등을 그린 연극 ‘태풍기담’. 연극의 내용보다는 탤런트 정동환 님이 출연한다 해서 기대를 잔뜩 했는데, 정작 연극을 관람하는 내내 배우 정동환 님 보다는 이야기 속으로 푹 빠지게 되었다. 나라를 잃고 어린 딸과 외딴 섬으로 피신한 조선의 황제 이태황은 복수를 위해 비술을 익히며 섬에 사는 원주민을 하인 삼고 조선말을 가르쳐 부렸다. 복수의 대상인 일본인 공작이 탄 함선을 보고 태풍을 일으켜 섬으로 들어오게 해 벌어지는 일이 ‘템페스트’와 비슷하지만 결말은 다르다. ‘템페스트’에서는 원한관계에 있던 자녀들이 서로 결혼해 화해하지만, ‘태풍기담’에서는 이태황이 식민지 삼고 하인으로 부리던 얀 꿀 리가 딸 소은의 짝이 된다. ‘태풍기담’을 쓴 성기웅 작가의 말처럼 한국과 일본은 청산되지 않은 일들이 너무 많아 ‘템페스트’와 같은 결말을 내기엔 시기적으로 맞지 않아 결말을 쓰는데 정말 어려움이 많았을 것 같았다. 연극을 보면서 내 마음이 불편했던 이유는 일본이 조선을 식민지 삼은 것처럼 이태황이 자신의 복수를 위해 원주민 얀 꿀리의 가족과 부족들을 비술로 죽게 만들고 이 작은 섬을 식민지로 만들었다는 점이다. 늙은 공작을 제거하고 그 자리를 차지하려 술수를 쓰는 남작 역시 마찬가지. 조금이라도 더 큰 힘을 가진 이들이 약한 이들을 제압하고 득세하는 것이 인간의 굴레인가 싶어 씁쓸했다. 국적이 다른 나라의 배우가 출연해도 보통은 언어를 하나로 통일하는 게 일반적인데 이 연극에서 한국 배우는 한국말로, 일본 배우는 일본말로 공연을 했다. 일본 배우의 대사는 무대의 배경인 까만 벽에 자막을 비추어 전달되었다. 한 무대에서 서로 다른 언어와 청산되지 않은 과거로 인해 더 많은 연습이 필요했을 것이고, 맘을 썼을 거라 생각하니 연극을 보는 시간이 더 소중하게 여겨졌다. 이 연극이 일본에서 상연된다는데, 왜곡된 역사교육을 받아온 일본 국민이 받아들이기 힘들 수도 있겠단 생각에 걱정도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본의 시민단체들이 과거 일본이 국정화 교과서를 사용한 결과 일본인들이 침략전쟁을 성전이라 믿고 아시아인을 살육했다며 한국의 역사교과서 국정화 반대 성명을 내는 걸 보고는 정권 잡은 이들보다 성숙한 일본인 역시 이 연극을 보고 불편함 보다는 화합으로 가는 길을 상상할 거라 생각된다. 딸 가온의 평 > 판타지를 좋아하는데 템페스트나 태풍기담이 이야기가 진행되는 중요한 요소가 마술이라는 점이 재미있었다. 바람과 공기의 정령 같은 역할을 하는 배우들이 기억에 많이 남았다. 가온 아빠의 평 > 셰익스피어의 ‘템페스트’가 어떤 내용인지 예술 특강에서 성기웅 작가의 강연을 듣고 알게 되었다. 특강을 듣지 않고 연극을 보았더라면 극 전체를 모두 이해하기 어려웠을 텐데, 작가의 의도와 연습 과정, 등장인물의 관계도를 먼저 살펴보고 관람을 해서 이야기에 몰일할 수 있었다. 이태황의 딸 소은과 이토 공작의 아들 나루키가 우연히 만나 한자를 매개로 해서 의사소통을 하는 장면은 마치 서로 다른 언어를 사용하는 배우들이 한 작품을 만들어 가는 과정을 보여주는 듯했다. 일본에서도 이 연극이 성황리에 마쳤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