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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람후기

공연

[공연]뮤지컬 '빨래'를 관람하고..

  • 작성일2016-06-05
  • 작성자김미숙
  • 조회수1620
이럴 줄 알았어, 내가.. 뮤지컬‘빨래’를 관람하고 온 지 한참 지났는데도 “♬ 서울 살이 몇 핸가요? ∼∼∼♪”를 흥얼거리고 있으니 말이다. 쉽고 경쾌한 노래가 나도 모르는 사이에 흘러나온다. 정작 이야기 자체는 그다지 흥겹지 못한데도. 어느 시대를 살던, 그 시대를 사는 사람들의 고민과 어려움은 늘 존재하기 마련이지만 요즘은 유독 두드러진 이슈가 많다. 비정규적, 외국인 불법체류와 이를 이용한 악덕업자들, 불건전한 기업운영과 부당해고, 장애 등.‘빨래’는 이들 문제가 모두 들어간 종합문제집 같다. 문제는 많으나 해답이 없거나 너무 어렵기만 한 문제집. 월세 방을 전전하는 나영이와 몽골에서 온 외국인 근로자 솔롱고, 장애인 딸을 지극정성으로 돌보는 주인 할매, 사랑에 목마른 희정 엄마 등 등장인물 중 누구 하나 ‘쨍 하고 해뜰 날'이 과연 올까 싶을 만큼 삶의 무게에 짓눌려 있다. 다행인건 나이, 피부색, 직업, 국적을 초월해 가족과 이웃에게 품을 내어주며 자신이 처한 상황에서 주저앉지 않고 삶의 희망을 찾아 노력하다는 것이다. ‘암씨랑도 안 허다’며 씩씩하게 장애 딸을 돌보는 억척 할매나, 가벼워 보이지만 이웃의 말못할 사정을 알면서도 내색 않는 희정 엄마, 불법체류인 걸 언제 들킬지 알 수 없는 솔롱고는 회사에서 부당해고를 당한 동료 언니를 위해 한 마디 했다가 근거리 출퇴근을 해야 하는 고단한 나영을 위로해준다. 앞으로 이들에게 더 험난한 일이 있더라도 버럭 소리 한번 지르고, 호탕하게 한 번 웃으며, 비 오는 날 부침개 부쳐 나눠 먹는 걸로도 다시 일어설 힘을 얻게 되겠지? 부조리한 사회에서 고통 받는 수많은 이들을 위해 변화 내지는 변혁이 필요할 테지만, 변해서는 안 되는 것들 중 하나가 내 곁의 ‘이웃’이란 생각을 다시 하게 만든 뮤지컬이었다. 이 뮤지컬이 일본과 중국으로도 진출되어 한국의 창작 뮤지컬도 가치를 인정받는 것 같아 좋다. 이 힘이 더 많은 창작 뮤지컬이 만들어지고, 캣츠, 레미제라블, 오페라의 유령 같은 해외 유명 뮤지컬만큼 성장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한 가지 아쉬운 점(‘빨래’ 뿐 아니라 모든 뮤지컬에서 느낀 바다)은 음악소리가 너무 커서 노랫말 전달이 잘 안 되는 부분들이 있다는 점이다. 물론 노랫말을 모두 듣지 못해도 극을 이해하는 데는 어려움이 없으나 왜 그렇게 음악을 크게 트는 건지 뮤지컬 볼 때마다 드는 생각이다. ㅠ ‘빨래’를 보고 집으로 걸어오면서 고층 아파트 건설현장을 지나오게 되었다. 낡은 연립이 있던 곳에 30층이 넘는 아파트를 짓는다. 아담한 3, 4층짜리 연립이 있던 자리에 뾰족한 아파트라니, 생각만 해도 너무 삭막하다. 아파트만이 지닌 장점이 있을 테지만, 예전에 연립에서 살던 이들 중 새로 지은 아파트로 들어올 수 있는 이들이 과연 얼마나 될까 생각하니 또 우울해진다. 적어도 하나는 분명하다. 나영이와 솔롱고 같은 처지의 사람들이 그 아파트에 들어와 살게 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아이고, 또 우울해지네... 내게 힘을 주는 가족과 이웃 생각을 해야겠다. 가온 아빠의 평 > 예술특강을 통해 멀게만 느껴지던 뮤지컬에 대해 배울 수 있어 좋았다. ‘빨래’에 대해 너무 많은 내용을 스포하지 않고 관심을 이끌어주어 뮤지컬을 보면서 새로운 상황을 이해하느라 신경 쓰는 것을 줄일 수 있어 극에 더 몰입할 수 있었다. 나름 내 자신이 열린 마음을 가진 사람이라 생각했다. 딸아이에게도 미래의 결혼 상대는 꼭 한국 사람이 아니어도 좋다. 파란 눈을 가진 남자친구를 데려와도 아빠는 뭐라 안할 거야 라고 말했으면서도 피부색이 까맣거나 몽골 같은 나라의 청년을 생각해 보지 않았다는 것을 알았다. 우리가 살고 있는 지역적 특색만 보아도 동남아나 아프리카 사람들을 훨씬 많이 접하고 사는 데도 말이다. 딸 가온의 평 > 나영 언니가 일하는 서점 사장이 참 이상하다고 느꼈다. 내가 알고 있는 기본적인 도덕이나 인간 존중을 배우지 못한 사람이란 생각이 들었다. 주인 할머니의 역할을 맡은 분이 노래도 잘하고, 몸놀림도 가벼워 정말 놀랐다. 그런데 인터넷에서 찾아보니 실제로는 젊은 분이어서 이해가 됐다. 커튼 콜 때 관람객들이 스마트폰을 꺼내 배우들을 찍는 모습을 뒤에서 보니 마치 별이 반짝이는 것처럼 보여서 예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