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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람후기

공연

[공연]무용 '발레 춘향'을 관람하고..

  • 작성일2016-09-17
  • 작성자김미숙
  • 조회수1759
평생소원이라고 말하긴 그렇지만 우리나라 명소 중에서 꼭 가고 싶었던 곳 중 하나인 안동 하회마을을 다녀왔다. 종일 비가 내리던 평일이었기에 관광객이 없어서 그랬겠지만, 들판이며 초가집, 기와집, 좁은 골목골목 사이가 모두 운치 있고 평온해 보여 참 좋았다. 마을을 한 바퀴 돌고 나오는데 씨름장과 그네가 보였다. 지금은 혼자 있든, 여러 사람이 모이든 손바닥 안에서 세상을 보는 재미에 흠뻑 빠져 심심할 틈이 없다. 그 옛날, 모래밭과 그네도 스마트폰과 같은 역할을 하지 않았을까? 특별한 도구가 없어도 다른 무엇을 부러워하지 않을 수 있는 즐거움과 낭만과 웃음이 머무는 공간으로. 남편과 이런 상상을 하며 ‘발레 춘향’을 이야기하게 되었다. 마을의 젊은 청춘들이 모여 씨름과 그네타기를 통해 은근히 맵시자랑, 몸매자랑하고 수줍은 눈길 보내며 싹트는 연정에 가슴 두근두근하던 그런 사교의 장이었을 거라고. 춘향이와 몽룡이도, 향단이와 방자도 그러했을 거라고. 서구의 음악과 춤으로 우리의 ‘춘향전’을 어떻게 표현할까 싶었던 의문은 공연을 보면서 저절로 풀렸다. 차이코프스키와 라흐마니노프의 음악은 익히 알고 있는 춘향과 몽룡의 사랑과 이별, 재회의 기쁨을 발레로 표현하는데 있어 조금의 어색함도 없이 잘 어울렸다. 개량된 한복의 우아함도 한몫을 해 보는 내내 눈이 즐거웠다. 춘향과 몽룡 만큼이나 존재감이 돋보였던 향단이와 방자, 변학도의 춤사위도 오래 기억에 남는다. 대사 한마디 없이 오로지 몸짓만으로 기쁨과 슬픔, 흥분, 분노, 좌절 등 갖은 감정을 전달할 수 있다는 것은 정말 큰 재능이다. 이렇게 아름다운 ‘춘향전’을 볼 수 있게 해준 이원국 발레단에게 큰 박수를 보낸다. 딸 가온의 평 > 향단이가 입은 옷이 팔랑팔랑하고 예뻤다. 향단이는 요정 같은데 춘향이는 평범해서 처음에는 향단이가 춘향이고 춘향이가 향단이인 줄 알았다. 변사또가 웃겼다. 막 사람들이 닭싸움인가 씨름인가 구분이 안 되는 무언가를 하고 있는 게 재미있었다. 그런데 솔직히 졸렸다. 나는 전문가가 아니라서 발레는 사람들이 팔랑팔랑하고 하늘하늘하다 라는 것 정도밖에 모른다. 잠이 잘 왔다.